[김신영 특파원의 '뉴욕, 뉴요커']
집값 폭락하자 빠르게 확산, 전기는 태양광 발전 이용… 물은 빗물·샘물 모아 써
"주택
담보 대출 갚으려 아까운 인생 왜 허비하나요"
바이올린 연주와 목수 일로 먹고사는 알도 라바지(32)는 곧 '내 집'에 입주한다. 뉴욕시
북부의 작은 마을 채덤의 산기슭에 라바지가 2년 동안 손수 지은 그의 집은 9.7㎡(약 3평)."들어오세요. 여기 거실에서 이야기할까요."
나무 의자 2개가 놓인 거실에 키 180㎝의 라바지와 마주 앉았다. 두 사람만으로도 집이 꽉 찼다. 라바지가 '금실(金絲)로 지은 집'이라고 이름 지은 장난감 같은 이 초소형 주택은 미국서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타이니(tiny·아주 작은) 하우스' 중 하나다.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 남의 집에 살다 갑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30년 넘게 이를 상환하느라 직장에서 뼈 빠지게 일하지요. 집, 그리고 그 집을 채우려는 온갖 물건들을 향한 욕심에서 자유롭고 싶었어요."
라바지의 타이니 하우스는 거실과 욕실, 가스레인지와 싱크대를 구비한 주방, 침실로 쓰는 다락, 50㎝ 남짓한 폭의 벽장으로 구성됐다. 욕실은 한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만한 크기고 벽장엔 옷을 4벌밖에 걸 수 없다.
통상적으로 '면적 37㎡ 이하의 주택'으로 정의되는 타이니 하우스 열풍은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시작됐다. 집값이 폭락하고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길에 나앉는 사람이 급증하자, 주택에 저당잡힌 인생에 대한 회의가 빠르게 확산했다. 타이니 하우스의 정확한 수는 파악이 힘들다. 대부분의 주(州)가 안전을 이유로 37㎡ 이하의 주택에 대해서는 허가를 내주지 않아, 타이니 하우스 소유자들은 집을 짓고도 등록을 잘 하지 않는다.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이들은 대부분 집에 바퀴를 부착한다. 바퀴가 달렸으면 법적으로 '주택'이 아니라 '트레일러'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작은 집 짓기(Small House Book)'의 저자 제이 셰이퍼는 20일 전화 통화에서 "지금까지 내가 판매한 설계도가 1000개 정도고, 이 중 약 300채가 완성됐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여는 '타이니 하우스 워크숍'엔 매번 50명이 넘는 사람이 찾는다"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 식품회사 회계 담당으로 일하던 셰이퍼는 캘리포니아주 그레이튼의 8.3㎡짜리 타이니 하우스에 살고 있다. 그는 "책과 집 설계도를 인터넷으로 팔아서 생활비를 충당한다. 물건을 넣을 공간이 없으니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지루한 일터로 매일 출근해야 할 필요도 없어졌다"며 웃었다.
▲ 미국 뉴욕주의 작은 마을 채덤에서 바이올린 연주와 목수 일을 하는 알도 라바지(32)가 2년 동안 손수 지은 9.7㎡(약 3평)짜리‘타이니 하우스’. 일반적으로 면적 37㎡ 이하의 주택으로 정의되는 타이니 하우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인기를 끌고 있다. /채덤(뉴욕)=김신영 특파원
라바지는 입주와 동시에 남는 옷은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기는 태양광 발전을 활용하고 수도는 빗물과 샘물을 모아 쓰면
된다.
라바지의 목표는 한 주에 3일만 일하고 나머지 4일을 예술 및 자선과 관련한 일을 하면서 보내는 것이다. "단순한 삶을
추구한다고 인간관계 다 끊고 수도원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꼭 필요한 크기로 집을 줄이기만 해도 삶은 훨씬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타이니 하우스는 소비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살기 위한 제 삶의 도구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9/24/2011092400153.html?news_Head1